강의 시간이 다 되어서 안은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은은 중간쯤 앉아서 필기구와 책을 꺼내고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샤프 뒷머리를 똑똑 누르는 동안에도 조금 전에 봤던 광고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저런 조건은 아무리 찾아도 없을 것 같은데 근무시간이 길어도 한번 해봐

하은아

하은은 앞에서부터 다가오는 경쾌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대학 동기이자 가장 친한 친구 서영이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은이 옆자리에 놓인 가방을 치워주며 웃었다.

야 강의 시작하기 2분 전이야. 너 오늘도 아슬아슬했다

어휴 오는데 지하철이 자꾸 멈추잖아. 무슨 지하철 운행을 이따구로 하는지.

서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학교 근처에 사는 하은과는 달리 서영의 집은 학교로부터 1시간 20분 거리에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 등하교 시간이 겹치면 개미굴에 뛰어들어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수고했어. 오늘 하굣길도 파이팅.

영혼 없는 격려는 됐거든요

서영은 불끈 쥔 하은의 주먹을 퍽 쳐버리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래도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잖아. 시험 전 총정리만 하고 일찍 마쳐 주실 수도 있어.

야 괜한 기대만 심어주지 마. 배 교수님 몰라 수업 빠지면 꼭 그 주 주말에 보충수업 하시는 분이잖아. 아, 진짜 인간적으로 공휴일은 좀 봐주지

아 그렇지. 내가 저번 어린이날을 잊고 있었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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